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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company)

출처: Wikipedia - H (company)

10분이 결정하는 스타트업의 운명

국내 AI·딥테크 스타트업 14곳이 투자자들 앞에서 단 10분의 피칭으로 미래를 걸었다. 고금리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인공지능(AI)과 딥테크를 중심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실제 투자 집행 가능성이 있는 벤처캐피털(VC)과 엔젤 투자자들이 직접 심사에 참여한 실전형 데모데이로, 단순 발표 행사를 넘어 초기 투자 유치의 무대가 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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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ixabay (CC0)

AI·딥테크가 주도하는 피칭 트렌드

참가 스타트업 14곳의 면면을 살펴보면, 단순 AI 응용 서비스를 넘어 원천 기술 기반의 딥테크 솔루션이 다수를 차지했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의 AI 진단 보조 기술, 제조 공정 자동화를 위한 머신비전 솔루션, 그리고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B2B SaaS 등이 주요 카테고리로 부상했다. 특히 단순 챗봇 수준을 탈피해 특정 버티컬 도메인에서 전문성을 갖춘 AI 에이전트를 표방하는 팀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딥테크 카테고리에서는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 양자컴퓨팅 연계 알고리즘, 첨단 소재 분야 스타트업들이 등장해 기술 저변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시드(Seed)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특허 포트폴리오와 논문 기반 기술력을 갖춘 팀이 다수 포함된 점은 국내 딥테크 생태계의 성숙도를 반영한다.

투자자가 주목한 핵심 평가 기준

현장에 참석한 VC 심사역들은 공통적으로 기술 차별성시장 크기(TAM), 그리고 창업팀의 실행 역량을 3대 평가 축으로 꼽았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의 AI 플랫폼이 급속도로 범용화되는 상황에서, "왜 이 팀이, 왜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변 여부가 투자 관심도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한 심사역은 "LLM API를 래핑하는 수준의 솔루션은 진입장벽이 낮아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며 "데이터 독점성이나 도메인 특화 파인튜닝 등 구조적 해자(moat)를 확보한 팀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익화 모델에 있어서도 단순 구독 SaaS를 넘어, 성과 기반 과금(outcome-based pricing) 구조를 채택한 팀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스타트업이 풀어야 할 과제: 글로벌 확장성

10분 피칭 형식의 특성상, 발표팀들은 핵심 메시지를 압축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투자자 질의응답 세션에서는 글로벌 확장 전략이 공통적인 약점으로 지적됐다. 국내 시장에서의 PMF(제품-시장 적합성) 확인에 집중한 나머지, 해외 시장 공략 로드맵이 구체성을 결여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AI 특성상 데이터 현지화와 규제 대응이 시장 진입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유럽의 AI법(EU AI Act), 미국의 각 주(州)별 데이터 프라이버시 법안 등 글로벌 규제 환경에 대한 이해 없이는 시리즈A 이후 스케일업 단계에서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초기 기술 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컴플라이언스를 설계에 내재화하는 것이 필수 과제로 부각됐다.

2025년 딥테크 투자 시장 전망

국내 VC 업계에 따르면, 2025년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AI·딥테크 중심으로 선별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투자 건수는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건당 투자 규모는 오히려 증가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즉, 검증된 기술력을 가진 소수의 팀에 투자가 집중되는 구조다.

특히 방위·안보 분야 AI, 기후테크(Climate Tech)와 AI의 융합, 그리고 헬스케어 AI 규제 인허가 특화 스타트업 등 새로운 니치 카테고리가 투자자들의 레이더에 포착되고 있다. 이번 데모데이에 참가한 14개 팀 중 상당수가 시드 투자 후속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실전 피칭 무대로서의 효과를 입증했다.

결론: 기술보다 문제 정의 능력이 경쟁력

이번 피칭 행사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AI·딥테크 전성시대에 기술 자체의 희소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어떤 문제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본다. 1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이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팀이 자본을 확보하는 시대다. 국내 딥테크 생태계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과 시장 이해의 균형을 갖춘 창업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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