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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ixabay (CC0)
K팝 열풍, 이제는 '권리 수익'으로 돌아온다
한국 대중음악의 글로벌 영향력이 단순한 문화적 현상을 넘어 실질적인 경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련)가 집계한 해외 저작인접권 징수액이 전년 대비 193%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K팝 콘텐츠의 해외 소비가 급증하는 동시에, 국제 징수 체계 정비와 권리 주장 활동이 본격 궤도에 오른 결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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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인접권이란 무엇인가…창작자 너머 '실연자'의 권리
저작인접권은 저작권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음악을 직접 창작한 작곡가·작사가가 아닌 실연자(가수, 연주자)와 음반제작자에게 부여되는 권리다. 해외에서 한국 음악이 라디오·스트리밍·공연 등에 사용될 경우, 해당 국가의 저작권 집중관리단체를 통해 실연자에게 사용료가 지급되는 구조다.
그간 한국 음악 산업은 저작권 수익에 비해 저작인접권 수익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권리 보호 수준이 낮은 국가의 실연자는 해외에서도 동등한 수준의 보호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음실련은 국제 협력 강화와 양자 협약 확대를 지속 추진해왔다.
193% 증가의 배경…스트리밍 확산과 징수 인프라 정비
이번 징수액 급증의 핵심 동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의 K팝 소비 폭증: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유튜브 뮤직 등 주요 플랫폼에서 BTS, 블랙핑크, 스트레이키즈 등 K팝 아티스트의 재생 수가 연간 수십억 회를 넘어서며 징수 대상 사용 건수 자체가 크게 늘었다.
- 해외 CMO(집중관리단체)와의 협력 확대: 음실련은 유럽, 북미, 아시아 주요국의 저작권 집중관리단체와 상호 대리 계약을 강화하며 미징수 상태로 남아 있던 권리료를 적극 회수하기 시작했다.
- K팝 아티스트 권리 등록 확대: 과거에는 해외에 권리 정보가 등록되지 않아 사용료가 발생해도 분배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으나, 최근 수년간 데이터베이스 정비가 이뤄지면서 누락 없이 징수가 가능해졌다.
한국 음악 산업의 수익 다변화…공연·방송·디지털 전방위 확장
주목할 점은 징수액 증가가 디지털 스트리밍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외 방송사의 K팝 편성 증가, 현지 공연·페스티벌에서의 라이브 실연, 광고 및 영상 콘텐츠 배경음악 사용 등 다양한 채널에서 인접권료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일본, 동남아시아, 유럽 시장에서의 방송 사용료 청구 건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이는 한국 음악의 수익 모델이 음반·공연 중심에서 '권리 기반 수익(rights-based revenue)' 구조로 고도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선진 음악 시장인 미국과 영국에서 저작인접권 수입이 전체 음악 산업 매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음악 산업도 유사한 궤적을 밟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미국·중국 등 주요 시장의 벽
긍정적인 지표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미국은 디지털 방송(인터넷 라디오)에 한해서만 실연자 인접권을 인정하며, 지상파 라디오 방송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 이는 한국 음악이 미국 라디오에서 광범위하게 재생되더라도 실연자에게 사용료가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실련을 비롯한 국제 음악 단체들은 미국 내 인접권 법제화를 위한 로비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경우 저작권 집행 체계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실질적인 징수가 어려운 상황이며, 신흥 스트리밍 시장인 인도·중동 지역과의 협약도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지역들에서 K팝 소비가 급증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조속한 협약 체결이 수익 극대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전망: K팝 인접권 수익, 구조적 성장 국면 진입
음실련의 이번 실적은 일회성 반등이 아닌 구조적 성장의 신호로 읽힌다. K팝의 글로벌 팬덤이 확고히 자리를 잡은 데다, 국제 징수 인프라의 정비가 누적 효과를 내기 시작한 시점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향후 미국 라디오 인접권 법제화, 신흥 시장과의 협약 확대, 인공지능(AI) 생성 음악에 대한 권리 기준 정립 등이 추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 음악 산업이 '콘텐츠 수출'을 넘어 '권리 수출'의 시대로 전환하는 분기점에 서 있다.